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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2017), 아나키즘의 정석

by 혜안과 통찰 2022.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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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
<영화 박열, 2017>

박열은 이준익 감독의 또 따른 아나키즘, 반국가주의적 영화이다. 이제훈이 박열 역을 맡았고, 일본어와 한국어에 모두 능통한 최희서는 박열의 연인이었던 가네코 후미코 역을 맡아 열연하였고, 다양한 상을 수상하였다.

1. 아나키즘, 아나키스트

예전에 아버지랑 같이 문화회관에 가서 아나키스트(2000)라는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내가 너무 어려서, 장동건의 폭력적인 장면들과, 선정적인 장면들을 보면서, 너무 떨리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아이들에게 그런 영화를 보여주는 것은 좋지 않다.)

이 영화는 이준익 감독의 또 다른 아나키스트 영화이다. 아나키즘은 커뮤니즘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커뮤니즘은 궁극적으로 충만한 형태의 자본주의가 무너지면서, 노동자들이 평등하게 다스리는 세상이 오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아나키즘은 기득권이 무너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커뮤니즘과 같지만, 그 이후에 그리는 유토피아가, 허무주의적 '무(無)'의 상태라는 점에서 다르다.

얼마나 이 세상이 싫었고, 가정에서 상처를 받았고, 국가로부터 억압을 받았고, 가난한 삶을 살았고, 직장에서 차별을 받았고, 외세로부터 침략과 지배를 받았는지는 몰라도, 그들의 상처는 곪고 곪아 인간과 사회에 대한 불신으로 치달았던 것이다. 그들에게 남아있는 것은 자신과 자신의 몸뚱이밖에 없었고, 그들은 그것을 열정적으로 사용하며 불태우곤 했다.

이 영화는 그러한 사람의 한 사람이었던 '박열'이라는 사람과 그의 연인 '가네코 후미코'에 대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박열도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을지라도, 점차적으로 그의 사상이 정립되어지고, 때론 경험으로 때론 책을 통해, 그의 사상이 발전되어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경험과 책의 유익성 그리고 위험성)

2. 영화 박열 줄거리 내용

박열역은 그의 모습과 닮은 이제훈이 맡았다. 후미코 역은 실제 일본어 실력이 뛰어난 최희서가 맡았다. 이 작품은 상당히 많은 상을 수상했다. 2017년 제54회 대종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신인여우상, 의상상, 미술상 등을 받았다. 같은 해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도 최희서가 받게 되었다.

1923년 박열은 후미코와 함께 비밀결사 '불령사'를 조직하고 반일활동을 주도한다. 그러다가 관동 대지진이 발생하고, 조선인에게 프레임을 씌운 일제에 의해 학살을 당하게 된다. 이 와중에 체포되는데 박열의 폭탄구매계획이 발각되고 이를 일제는 천황 암살을 위한 계획이라 보고 보도한다. (대역 사건)

재판 과정에서 박열과 후미코는 조선옷을 고집하였으며, 박열은 사모관대를, 후미코는 치마저고리 차림을 하였다. 둘은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후에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었다. 이 둘은 옥중에서 결혼했다. 선정적인 사진이 보도되기도 하였는데, 촬영자인 판사 가이세는 우연히 이 둘의 갑작스러운 포즈로 인해 찍힌 사진이고 원판을 버리기까지 했는데, 세상에 보도된 것을 의아해하였다.

후미코는 23세의 나이로 옥중에서 죽었다. 이후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박열이 1934년에 전향하여 일본 천황의 적자라고 자신을 표현하는 등, 친일파적인 언행을 하였다고 하여 현재 학계에서 토론 중이다.

3. 나가며

인간은 연약하다. 그리고 사악하다. 기독교인 나는 하나님과 선하심을 믿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원래 이 땅은 신정국가였다. 그러다가 사람의 타락으로 인해 국가와 군주라는 제도가 생겼다. 이는 성경에도 나와있듯 인간을 얽매는 제도이다. 이로부터 탈출하려는 인간의 시도는 타당하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가 자초한 것이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이준익 감독은 아나키스트(2000)를 제작하며 독립운동가들을 조사하다가 여러 무명의 인물을 발견했고, 이 영화는 그 인물 중 한 명을 영화화한 것이다. 중요하다고 선별되어 기록된 것만을 역사로 아는 우리는, 더 많은 사료를 캐고 분석할수록, 더 정확한 역사인식을 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 영화는 그런 의미에서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더 많은 감독이 본인의 관심사에 따른 인물연구를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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